이번 지진으로 최대 피해를 본 미야기현의 대표적인 어촌도시 이시노마키(石卷)시의 한 대학교에선 주민 700명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.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지만 교실엔 난방 공급이 안 된다. 모포는커녕 종이상자를 펼쳐 바닥에 깐 뒤 신문지를 덮고 자고, 하루 세 끼 모두 바나나로 배를 채우고 있다.

많은 생존자들이 이처럼 노숙이나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지만, 대부분 침착한 모습으로 행방을 모르는 가족을 찾아 나서거나 마을을 청소하고, 조용히 앉아 구호품을 기다리고 있다. 부족한 구호품을 더 챙기려 주민끼리 싸우거나, 관공서로 몰려가 “구호품이 왜 안 오냐” “생계 대책을 내놔라” 식으로 항의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.

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로 방사선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후쿠시마(福島)현 주민들도 대체로 정부의 대피 명령에 따르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. 주유소에 늘어선 수백 대의 차량 행렬 속에서도 새치기를 하거나 “조금만 더 달라”고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찾기 어렵다.

대피소에 있는 외국인에게는 오히려 친절을 베풀기도 한다. 미야기현 센다이(仙臺)시로 여행을 왔다가 지진을 겪고 나토리(名取)시의 한 대피소에 머물고 있는 주본 에반스(24·캐나다)씨는 “자신도 불편하지만 이방인에게 더 친절하고 공무원 도움 없이도 비상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”고 AFP통신에 말했다.

미국 주간지 더 네이션은 16일자 사설에서 “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자폭탄을 경험하고도 나라를 경제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일본인들은 이번에도 침착한 자세를 유지하며 국가 지도자들을 따라 위기를 극복할 것”이라고 전망했다.

  • ~은/는커녕
  • 다름없다
  • 생계 대책
  • 상황을 주시하다
  • 새치기
  • ~기도 하다
  • 겪다
  • 침착한